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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온병의 미스터리: 유럽의 야생순록에서 처음 발견된 광록병

  • AD 최고관리자
  • 조회 3493
  • 2016.05.07 21:14

변형 프리온 단백질(PrPsc)로 인해 발생하는 광록병(CWD)은 지금까지 북미와 한국의 사슴, 엘크, 무스(Alces alces)에만 국한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한국에서는 2001년 처음 보고됐으며 2010년 19마리를 끝으로 발병한 사례가 없었다. 그러나 올해 진주에 이어 화성에서 잇따라 CWD가 발병하여, 사슴이 매몰 처리되었다. 그런데 지난 4월 4일, 과학자들은 "노르웨이에 서식하는 유라시아순록에서 광록병 사례가 처음으로 발견되었다"고 발표했다.

순록이 야생에서 광록병에 걸린 사례는 지금껏 보고된 적이 없었다
순록이 야생에서 광록병에 걸린 사례는 지금껏 보고된 적이 없었다/ © Wikipedia

사슴에게 나타난다고 해서 광록병(狂鹿病)이라고도 불리는 만성소모성질병(CWD: chronic wasting disease)은, 광우병과 마찬가지로 변형 프리온 단백질(PrPsc)로 인해 발생하는 사슴의 신경병이다. CWD는 전염성이 매우 강하고 치명적이며, 이 병에 걸린 사슴은 광우병에 걸린 소와 마찬가지로 침을 흘리거나 주저앉는 증상을 보인다.

CWD는 지금까지 북미와 한국의 사슴, 엘크(Cervus canadensis), 무스(Alces alces)에만 국한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한국에서는 2001년 처음 보고됐으며 2010년 19마리를 끝으로 발병한 사례가 없었다. 그러나 올해 진주에 이어 화성에서 잇따라 CWD가 발병하여, 사슴이 매몰 처리되었다(참고 1).

그런데 지난 4월 4일, 과학자들은 "노르웨이에 서식하는 유라시아순록(Rangifer tarandus tarandus)에서 광록병 사례가 발견되었다"고 발표했다(참고 2). CWD가 유럽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세계 어디서나 서식하는 야생순록에서 CWD가 발견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자, 일부 과학자들은 "어쩌면 CWD가 널리 퍼져 있는 감염병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CWD와 같이 끔직한 질병이 유라시아순록에게서 발견된 것은 - 물론, 특히 동물에게 -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라고 유라시아순록의 CWD를 공동으로 진단한 노르웨이 수의학연구소의 투리드 비쾨렌 박사와 실비 베네스타드 박사는 말했다.

문제는 '이번 사례가 드물거나 독특한 사례인가', 아니면 '유럽에도 널리 퍼져 있지만 지금껏 탐지되지 않았을 뿐인가'라는 것이다. "미국이나 캐나다의 경우, CWD는 감지하기가 어려워 자칫 간과하기 쉬운 동물병으로 간주되고 있다"라고 UCSD의 크리스티나 시구르드슨 박사(병리학)는 말했다. 그녀는 실험실 환경에서, 순록이 CWD에 감염될 수 있음을 증명한 바 있다(참고 3).

유럽의 CWD는 어디서 왔나?

광우병(BSE: 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이나 변종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 variant Creutzfeldt-Jakob disease)과 마찬가지로, CWD는 프리온(prion)이라는 세포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접힘으로써 발생한다(참고 4). 잘못접힌 단백질(misfolded protein)은 인근의 건강한 단백질들도 접히도록 유도하므로, 뇌(그리고 때로는 다른 조직에도)에 축적되어 체중감소/협증장애(coordination disorder)/행동변화 등을 일으킨다. 과학자들이 아는 한 치료제나 백신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CWD는 늘 치명적이다.

CWD는 인간에게 전염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슴, 엘크 등에서는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참고 5). 왜냐하면 사슴과 엘크는 타액, 소변, 대변을 통해 PrPsc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20개 주 이상, 캐나다에서는 2개 주에서 CWD에 감염된 동물들이 발견되었다. CWD는 한국의 동물원에서도 발견되었는데, 1990년대에 살아 있는 엘크를 기르기 위해 수입했다가 CWD가 전염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CWD에 감염된 순록이 비쾨렌 박사의 부검 테이블에 오른 것은, 노르웨이 자연연구소의 과학자들 덕분이었다. 그들은 헬리콥터를 타고 노르웨이 남부의 고산지대에서 순록떼를 추적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목표는 암컷 순록을 생포하여 위성추격장치를 부착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고산지대에 착륙했을 때 병든 순록 한 마리를 발견했는데, 움직이지 못하다가 곧 사망하는 것이 아닌가.

순록을 부검하는 동안, 베네스타드 박사는 일상적으로 PrPsc 테스트를 실시했다. 그 결과, 세 가지 항체를 기반으로 한 검사에서 모두 양성반응이 나왔다.

"나는 매우 당황했다. 왜냐하면 오랫동안 프리온 연구자로 일해 오면서, 미국과 캐나다의 과학자들이 CWD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여러 차례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에 의하면, CWD는 전염성이 매우 강하고 근절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라고 베네스타드 박사는 말했다.

CWD가 노르웨이의 산꼭대기에 도달한 과정은 밝혀지지 않았다. 베네스타드 박사와 비쾨렌 박사는 “CWD가 외국에서 도입되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그들이 생각하는 가능성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저절로 발생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 지금껏 그런 사례는 보고된 바 없지만 - '양의 프리온병(스크래피)이 종간장벽(species barrier)을 뛰어넘어 순록에게 옮아갔다'는 것이다.

"핵심문제는 '유럽에서 발견된 CWD 사례가 어디서 왔는가?'라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예로 볼 때, CWD가 일단 새로운 지역에서 발견되고 나면, 그 지역에서 발판을 굳히게 되는 것이 상례다. 그리고 일단 발판을 굳히고 나면 뿌리뽑기가 어렵다"라고  콜로라도 주립대학교의 글렌 텔링 박사(프리온병 연구자)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03/28/0200000000AKR20160328094400060.HTML
2. http://www.vetinst.no/eng/Highlights/The-first-detection-of-Chronic-Wasting-Disease-CWD-in-Europe
3. Mitchell, G. B. et al., “Experimental Oral Transmission of Chronic Wasting Disease to Reindeer (Rangifer tarandus tarandus)”, PLoS ONE 7, e39055 (2012).
4. http://www.nature.com/news/2005/051013/full/news051010-13.html
5. http://www.nature.com/news/2003/030904/full/news030901-5.html

※ 출처: Nature http://www.nature.com/news/deadly-animal-prion-disease-appears-in-europe-1.19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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