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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지 '몬산토GMO 논문' 철회 결정…저자들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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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2737
  • 2013.12.02 10:39
00maize1.jpg » 농가에서 재배된 옥수수. 출처/ Wikimedia Commons

전자 변형(GM, 유전자 조작) 옥수수를 오랫동안 먹은 실험동물한테서 종양이 더 많이 생겼다는 결론을 제시한 논문이 발표된 지 1년여 만에 학술지 편집위원 쪽의 결정으로 철회된다. 저자들은 동의할 수 없다며 반발해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학저널 <네이처> 등의 보도를 보면, 미국 학술지 <식품과 화학독성학(Food and Chemical Toxicology)>의 편집위원장(editor-in-chief) 월러스 헤이스(Wallace Hayes)는 2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논문에 사기나 의도적인 잘못 해석의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으나 이 논문이 제시하는 것과 같은 명확한 결론에 이르기는 미흡하다’는 점을 들어 논문 철회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오랜 동안 공정한 조사와 전문가 심사의 과정을 거쳐 이런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덧붙였다.


어떤 논문인가?


00FCT.jpg 문제의 논문은, 현재 생산되고 시판되는 유전자 변형 옥수수인 몬산토의 '엔케이603(NK603)'을 실험쥐들한테 2년 동안 먹이며 살펴보니 일반 옥수수를 먹고 자란 실험쥐들에 비해 종양과 장기 손상이 더 많이 발생했다는 내용으로, 지난해 9월 미국 과학저널 <식품과 화학독성학>에 발표된 바 있다. 프랑스 캉대학의 세랄리니(Gilles-Eric Séralini) 교수 연구팀이 논문 저자들이었다.

이 논문의 주요 내용을 사이언스온의 이전 글이 다음과 같이 간추린 바 있다.

“연구진은 몬산토 사의 제초제 ‘라운드업’에 내성을 갖도록 만든 GM 옥수수 NK603와 제초제 라운드업을 쥐에게 먹이면서 신체 기능의 변화를 관찰했다. NK603은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세계 21개국 정부가 식품으로 승인한 품목이다. 한국 정부도 NK603을 2002년 식용, 2004년 사료용으로 승인한 이후 꾸준히 수입해왔다.
 실험 대상은 암수 각 100마리씩 총 200마리의 쥐였다. 연구진은 암수 10마리씩이 포함된 10개 그룹을 만들었다. 1개 그룹(대조군)에는 일반 옥수수와 물을 먹였다. 3개 그룹은 일반 옥수수, 그리고 비율을 달리해 제초제를 섞은 물을 먹였다. 나머지 6개 그룹에게는 NK603을 비율을 달리 해 먹이로 제공했다. 이 가운데 3그룹은 제초제가 섞인 물, 나머지 3그룹은 보통 물을 먹였다. 즉 이 실험은 GM 옥수수와 제초제가 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설계됐다.
 연구진은 실험결과 대조군에 비해 실험군에서 유선 종양, 간과 신장 손상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을 발견했다. 또한 암컷이 수컷에 비해 이상 증세가 심각하게 나타났다. 이는 NK603이나 라운드업에 대한 반응 민감도가 성(性)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논문은 현재 시판 중인 유전자 변형 옥수수의 안전성 문제를 직접 거론하면서, 발표 직후부터 유전자 변형 작물 찬반 진영 사이에서 비판과 반박이 이어지는 논란에 휩싸였다. 한쪽에서는 실험에 사용된 쥐가 종양에 잘 걸리는 종류이며 실험에 쓰인 동물의 수가 너무 적어 결론을 신뢰하기 힘들다는 등의 비판을 가했으며, 다른 쪽은 전문가 심사과정에서 충분한 검토를 거쳐 정식 출판된 논문임을 강조하며 비판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학술지는 논문 발표 이후에 잇따른 비판과 반박의 글 13편을 잇따라 실어왔다.


논문 철회 왜?


식품화학독성학 저널의 편집위원장이 논문 철회 결정을 발표한 즈음에, 이 학술지를 발행하는 출판그룹인 엘제비어(Elsevier)는 이 학술지의 공식성명을 담은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다음은 학술지의 성명 중 주요 대목이다.

“확실히 학술지 편집위원장은 (이 논문과 관련해) 연구부정(fraud)이나 의도적인 데이터 오해석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각 실험집단에 쓰인 동물의 수와 특정하게 선택된 형질과 관련해서는 합당하게 우려할 만한 원인이 존재한다. 실험동물의 수가 적다는 점은 애초의 논문심사 과정에서도 우려의 원인으로서 지목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논문심사 결정은 이런 한계는 있지만 논문에 장점이 있다는 데에 결국에 무게를 두었다. 원 데이터(raw data)를 심층적으로 살펴본 결과에서는, 이렇게 적은 샘플 규모로는 전반적 치사(overall morality) 또는 종양 발생과 관련한 엔케이603(NK603)이나 글리포세이트(glyphosate, 제초제)의 역할과 관련해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 없다는 점이 드러났다. 실험에 쓰인 종류의 쥐(Sprague-Dawley rats)에 종양이 자주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통상적 변이가능성(normal variability)이 이번 실험집단에서 관찰된 더 높은 치사율과 발생 빈도의 원인이 아니라고 배제할 수 없다.”

학술지 쪽은 “궁극적으로 보면, 제시된 결과는 (틀린[incorrect] 것은 아니지만) 결론적이지 않은(inconclusive) 것이며, 따라서 식품화학독성학 저널에 요구되는 발표의 문턱에 이르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설명은, 논문에서 제시된 실험 과정이나 데이터 산출과 해석 등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충분하지 않은 수의 동물을 사용해 결론을 내리기에는 미흡하다는 점을 논문 철회의 주요인으로 지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발과 비판


하지만 오랜 조사와 심사 과정에 뚜렷한 연구부정이나 오류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논문의 결론이 지나치다는 이유를 들어, 정식 심사과정을 거쳐 출판된 논문을 저자 동의 없이 편집위원회가 철회하는 게 적절한 것인지에 관해서는 후속 논란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저자들은 논문 철회 결정을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편집위원회의 한 위원이 이번 논란 과정에서 공정한 역할을 했는지에 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몬산토의 전직 연구원이면서 그동안 몬산토를 옹호해왔던 과학자가 올해 초 이 저널의 편집위원으로 임명되면서 유전자 변형 식품에 부정적인 연구결과가 사전에 걸러져 이 저널에 실릴 가능성이 희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일찌감치 제기됐던 터였다(사이언스온 6월12일치, GMO 과학논란 그 뒤편의 이해관계 읽기)

과학저널 <네이처> 보도를 보면, 세랄리니 교수 연구팀은 이번 논문 철회 결정이 몬산토 연구원으로 7년 동안 근무했던 리처드 굿맨이 이 저널 편집위원으로 임명된 데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저자 중 한 명은 이번 논문 철회 결정이 “공중보건 스캔들”이라고도 비난했다. 전직 프랑스 환경부장관이자 유전공학연구독립정보위원회(CRIIGEN) 명예회장인 코린 르파주(Corinne Lepage)는 “세랄리니 논문은 GMO와 제초제 '라운드업'의 장기 독성에 관해 훌륭한 물음을 제기한 것”이라며 “논문 철회가 이런 물음을 없애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유전자변형, 몬산토,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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