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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없으면 분화된 세포가 ‘역할대행’한다

  • AD 최고관리자
  • 조회 2274
  • 2013.12.04 09:54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익숙하고 개념도 꽤 분명히 알고 있는 과학용어가 바로 ‘줄기세포’일 것이다. 하루에 100여개씩 머리카락이 빠져도 머리숱이 유지되는 건 두피에 있는 줄기세포 덕분이다. 줄기세포가 소진돼, 나는 속도가 빠지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 머리가 훤해진다. 피부도 거의 한달 주기로 떨어져 나가지만 줄기세포가 끊임없이 빈자리를 메워준다.

이런 성체줄기세포는 사실상 우리 몸 전체에 퍼져있다. 노화의 한 측면은 줄기세포의 양과 질(분열능력)이 떨어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만일 몸의 줄기세포가 완전히 사라진다면 우리는 얼마 못가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그런데 최근 꼭 그렇게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놀라운 연구결과가 권위 있는 학술지 ‘셀’과 ‘네이처’에 나란히 실려 관심을 끌고 있다.

네덜란드 후브레흐트발달생물학줄기세포연구소 한스 클레버스 박사팀은 위벽에서 안쪽으로 움푹 들어간 움(crypt)의 세포층 가운데 펩시노겐(단백질분해효소인 펩신의 전구체)을 분비하는 세포인 주세포(chief cell)가 급할 때는 줄기세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해 10월 10일자 ‘셀’에 발표했다. 움을 이루는 세포층 가운데는 주세포 외에도 위벽을 보호하는 점액을 분비하는 점액세포(mucus cell)가 있고 드문드문 줄기세포가 박혀있다. 세포벽은 피부처럼 ‘소모품’이기 때문에 줄기세포가 분열하고 점액세포와 주세포로 분화해 그 자리를 채워야 한다.

연구자들은 쥐의 유전자를 조작해 움 세포층의 줄기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죽이는 방법을 개발했다. 그리고 움의 변화를 관찰했는데 뜻밖에도 주세포가 줄기세포 역할을 대신 떠맡아 세포분열을 하고 일부는 점액세포로 바뀌어 정상적인 위벽 세포층의 기능을 했던 것.

▲ a. 위벽의 움 세포층으로 점액세포영역, 줄기세포영역, 주세포영역으로 이뤄져 있다(왼쪽). 평소에는 줄기세포(주황색)가 분화해 새로운 움 세포층을 만들지만(오른쪽 위), 줄기세포가 파괴됐을 때는 주세포(파란색)가 대신 움 세포층을 만든다(오른쪽 아래). b. 폐 기관 내벽은 기저줄기세포와 클라라세포, 다섬모세포로 이뤄져있다(왼쪽). 평소에는 기저줄기세포(주황색)가 분화해 내벽을 보수하지만(오른쪽 위), 줄기세포가 파괴됐을 때는 클라라세포(파란색)가 역할을 대신한다(오른쪽 아래).  ⓒ‘네이처’


줄기세포 안 쓰는 줄기세포치료?

한편 미국 하버드의대 매사추세츠병원 자야라즈 라자고팔 교수팀은 기관(trachea)의 내벽을 이루는 세포층에서 비슷한 현상을 발견해 11월 14일자 ‘네이처’에 발표했다. 내벽은 두 세포층으로 돼 있는데 안쪽에 기저줄기세포가 있고 바깥쪽(공기와 닿는 면)에 분화된 세포로, 점액을 분비하는 클라라세포(clara cell)와 점액을 가래의 형태로 배출하게 도와주는 다섬모세포(multi-ciliated cell)가 있다. 이들 역시 소모품으로 기저줄기세포가 끊임없이 세포를 만들어 대줘야한다.

연구팀은 비슷한 방법으로 특정 약물에 노출시켰을 때 기저줄기세포만 죽게 되는 조작을 한 쥐를 만들었다. 그리고 실험을 한 결과 놀랍게도 세포층이 계속 유지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때 줄기세포 역할을 맡은 건 클라라세포로, 일부가 미분화상태로 돌아가(이를 탈분화(dedifferentiation)라고 부른다) 기저줄기세포로 성격이 바뀌었고 이들이 분열하고 분화하면서 기관 상피세포층을 이루었던 것.

이 두 연구결과는 우리 몸의 다른 조직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즉 분화된 세포 가운데는 급할 때 줄기세포로 탈분화돼 조직을 보수․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상비군’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이는 현재 줄기세포나 줄기세포를 분화시킨 세포를 도입해 치료하는 줄기세포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도 있는 놀라운 발견이다. 즉 암 발생 같은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는 기존 줄기세포치료법 대신 우리 몸 조직의 분화된 세포를 제한된 범위에서 분화능력을 갖는 성체줄기세포로 탈분화를 유도하거나 그 자체가 줄기세포 역할을 하게 이끄는 방법을 찾는다면 보다 안전한 치료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 저작권자 2013.11.29 ⓒ ScienceTimes

줄기세포, 탈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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