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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異性)의 존재가 초파리와 선충류의 수명을 단축

  • AD 최고관리자
  • 조회 2734
  • 2013.12.05 09:23

1970년대의 히트곡인 <Paradise by the Dashboard Light>에서, 유명한 락커인 미트 로프는 오래 사귀다 심드렁해진 여인에게 이렇게 울부짖는다: "너와 단 1분이라도 더 함께 있으면, 난 살아남지 못할 것 같아." 그런데 미트 로프의 말이 맞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이성(異性)이 존재할 경우, 수명이 짧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으니 말이다. (단, 조건이 있다. 당신이 곤충이나 벌레인 경우에만...) 연구진에 의하면, 성적 욕망이 충족되지 않은 초파리는 요절하며, 선충류(nematodes)의 수컷은 이성의 조로(早老)를 촉진함으로써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다고 한다.

동물의 환경은 - 때로 놀라운 방법으로 -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상당수의 실험동물들의 경우, 먹이를 적게 주면 수명이 연장된다. 또 선충류와 초파리의 미각이나 후각을 둔하게 해도, 역시 수명이 연장된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환경`에는 상호작용의 대상이 되는 개체(예: 배우자 또는 라이벌 후보자)도 포함된다. 과학자들은 선행연구에서, 다른 개체와의 상호작용이 수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컨대 수컷 초파리의 정액에는 독소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짝짓기를 하면 암컷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1) 미국 미시간 대학교의 스콧 플레처 교수(유전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성적 욕망이 충족되지 않은 초파리가 다른 초파리들보다 일찍 죽는다"는 것을 입증했다. 연구진은 연구를 위해, 일부 수컷 초파리들에게 좀 `더티한 트릭`을 썼다. 정상적인 수컷 초파리를 가짜 암컷(즉, 유전자변형을 통해 암컷의 페로몬을 분비하게 만든 수컷 초파리)들과 같은 방에서 사육한 것이다. 암컷의 페로몬을 감지한 정상적인 수컷 초파리는 안달했지만, 정작 `그녀`들에게는 암컷의 성기가 없으므로 사랑을 나눌 수가 없었다. 그 결과 사랑에 굶주린 수컷 초파리들은 화병이 들어 일찍 세상을 뜨고 말았다. 사후검사 결과, 사랑에 굶주린 초파리들은 저장된 지방이 감소하고, 스트레스를 견디는 능력이 줄어들었으며, 수명이 10%나 짧아진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마초 암컷(수컷의 페로몬을 분비하도록 만들어진 암컷 초파리)과 어울린 암컷 초파리의 경우에도 수명이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심층분석 결과, 수컷 초파리는 `가짜 암컷`을 - 후각이 아니라 - 앞다리에 있는 세포를 이용하여 미각으로 감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연구진은 수컷 초파리의 뇌에서 수명단축에 관여하는 뉴런을 찾아냈다. 이 뉴런의 역할은 뉴로펩타이드 F(neuropeptide F)를 생성함으로써, 보상이나 유익한 자극(예: 짝짓기)에 반응하도록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간단히 말해서, 문제의 수컷 초파리들은 성적 욕구불만에 시달렸던 것으로 보인다. 짝짓기와 관련된 기대와 보상 간의 불균형이 모종의 생리적 반응을 일으켜, 초파리들의 요절을 부추긴 것으로 생각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2) 한편 스탠퍼드 대학교의 앤 브루넷 교수(유전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선충류를 이용한 연구에서, 수컷의 존재가 이성의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선충류들의 경우, 수컷의 비중은 1% 미만이며 나머지는 자웅동체로 정자와 난자를 생성한다. 선행연구에서는 "수컷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자웅동체는 일찍 죽는다"고 보고된 바 있는데, 이는 "자웅동체가 짝짓기를 너무 많이 할 경우 손상을 입어 수명이 단축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브루넷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이상과 같은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수컷 선충을 2~3일 동안 배양접시에 배양했다가 제거하고 그 자리에 자웅동체를 투입했다. 그러자 - 수컷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 자웅동체는 여전히 요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컷이 존재할 경우 자웅동체는 조로와 유사한 현상을 경험하는데, 구체적인 증상으로는 움직임 둔화 또는 마비, 근육 및 장기의 퇴화 등이 있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연구진이 자웅동체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페로몬을 감지하지 못하게 만든 결과, 자웅동체는 수컷과 공존하는 상황에서도 천수(天壽)를 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연구진은 "선충류의 수컷은 초파리와 마찬가지로 - 최소한 부분적으로 - 페로몬을 이용하여 이성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연구결과는 진화와 관련된 수수께끼 문제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자웅동체는 난자를 스스로 수정시킬 수 있지만, 수컷은 오직 자웅동체와의 짝짓기를 통해서만 새끼를 낳을 수 있다. 그렇다면 수컷이 자기 새끼의 엄마가 될 자웅동체를 죽인다는 것은 모순이 아닐까? 브루너 교수가 제시하는 한 가지 가능성은 `수컷 간의 경쟁`이다. 즉, 자웅동체와 관계를 맺은 수컷은, 다른 수컷과 바람을 피우지 못하게 하기 위해 자웅동체를 죽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리건 대학교의 패트릭 필립스 교수(유전학)는 이 같은 설명에 의문을 제기한다. 왜냐하면 자웅동체의 수명이 단축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정도의 수명이라면 웬만한 수의 새끼를 낳기에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립스 교수는 이번 연구가 획기적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짝짓기의 유해성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 의하면 직접적인 신체적 접촉 없이도 이와 유사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말했다. "생물학계에서는 당분간 동물의 행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는 것이 핫토픽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간이나 다른 척추동물의 경우, 하나의 성(性)이 다른 성의 수명을 단축시키는지는 분명치 않으며, 이 의문을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 포유류의 경우, 이 문제는 초파리나 선충류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고 UCLA의 션 커랜 교수(생물노인학)는 말했다.

※ 원문정보:
1. Scott D. Pletcher, "Drosophila Life Span and Physiology Are Modulated by Sexual Perception and Reward", Science, Published online 29 November 2013 [DOI:10.1126/science.1243339]
2. Anne Brunet, "Males Shorten the Life Span of C. elegans Hermaphrodites via Secreted Compounds", Science, Published online 29 November 2013 [DOI:10.1126/science.1244160]               


출처 : http://news.sciencemag.org/biology/2013/11/presence-opposite-sex-can-shorten-life-span /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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