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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벌(bee)에게 감사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

  • AD 최고관리자
  • 조회 2788
  • 2013.12.06 09:24

혹시 다음 번에 완벽한 형태를 갖춘 새빨간 딸기를 보게 된다면, 벌에게 감사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새로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곤충의 수분(pollination; 꽃가루받이)이 딸기의 열매를 맺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딸기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보존기간을 연장시켜 줌으로써, 농민들에게 연간 수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게 해 준다니 말이다. 더욱이 벌은 딸기 말고 다른 과일과 채소에 대해서도 똑같은 역할을 한다고 한다.

"대부분의 작물들은 꽃가루받이에 의해 수확량이 증가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식물이 자체적으로 꽃가루받이 하는 것을 자가수정(selfing)이라고 한다. 종자류, 견과류, 과일, 곡물 등의 경우, 자가수정보다는 곤충이나 기타 동물들이 꽃가루를 옮겨 줌으로써 알이 더 굵고 풍성해진다. 그러나 이 같은 양(量)적인 지표도 중요하지만, 질(質)적인 지표 역시 중요하다. 독일 괴팅겐 대학교의 테야 차른트케 교수(농업생태학)는 10년 전 인도네시아의 커피 농장에서 꽃가루받이를 연구하던 중, "곤충의 꽃가루받이가 열매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봐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는 자신의 지도를 받는 알렉산드라 클라인과 함께 연구한 결과, "농장에 벌이 많을수록 커피의 수확량이 증가할 뿐 아니라, 원두의 기형(malformations)도 감소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차른트케 교수는 한걸음 더 나아가, 꽃가루받이가 과일의 품질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딸기를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딸기의 꽃가루받이는 곤충이나 바람의 힘을 빌리는 것이 보통이지만, 자가수정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다른 열매들과는 달리, 딸기 열매는 수많은 미세과일의 집합체이므로, 열매가 맺히려면 꽃 안에 있는 200개의 씨방에 각각 꽃가루가 전달되어야 한다. 따라서 딸기의 경우 다른 식물들에 비해, 바람이나 자가수정보다는 곤충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된다. 또한 식물의 대사에 관한 선행연구에 의하면, 꽃가루받이의 횟수가 과일의 부패 속도를 늦추고 멍(bruising)에 대한 감수성을 낮춘다고 한다.

2008년, 차른트케 교수는 8가지 품종의 딸기를 선별하여 실험농장에 심고, 실험농장 안에 많은 야생벌과 사육된 꿀벌들을 풀어 놓았다. (벌의 다양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1993년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야생벌은 꽃의 아랫부분을 선호하는 데 반해, 사육된 꿀벌들은 꽃의 윗부분을 선호한다고 한다. 이 같은 벌들의 분업으로 인해, 모든 씨방에 골고루 꽃가루가 전달될 수 있다. [참고논문 1]) 차른트케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일부 꽃에 망(網)을 씌워, 벌은 못 들어가지만 공기를 통한 수분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다. 한편 다른 그룹의 꽃에는 비닐봉지를 씌워 자가수정만이 이루어질 수 있게 했다. 딸기는 일년에 여러 번 열매를 맺으므로, 연구진은 몇 번에 걸쳐 신속히 딸기를 수확한 다음 실험실로 보내 색상, 형태 등을 분석하게 했다.

분석 결과, 벌에 의해 수분된 딸기들은 다른 방법(자가수정, 바람)으로 수분된 딸기들보다 색상이 더 붉고 밝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벌에 의해 수분된 딸기들은 바람에 의해 수분된 딸기에 비해 형태가 완벽하고 단단하여, 보관기간이 약 12시간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혹자는 "12시간이 뭐 그리 대단한가?"라고 반문하겠지만, 90% 이상의 딸기가 나흘을 넘기면 판매 불가능 상태가 된다는 사실을 상기하라. 연구진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정리하여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최근호에 기고했다(참고논문 2). "만일 벌이 없다면 농민들은 11%의 딸기를 버려야 하는데, 이는 2009년 EU의 딸기 생산량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3억 2,000만 달러에 해당된다. 미국의 경우, 2011년에 농민들이 시장에 팔지 못하고 내다버린 딸기의 양은 연간 2억 6,400만 달러어치에 달한다.

연구진은 상업적 척도를 이용하여 딸기의 등급을 분류했으므로, 다양한 딸기들의 시장가치를 계산할 수 있었다. 계산 결과, 벌에 의해 수분된 딸기의 가격은 바람이나 자가수정에 의해 열린 딸기에 비해 각각 39%, 54% 비싼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벌이 딸기의 품질을 향상시킴으로써 딸기로 인한 농가소득의 약 절반을 책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2009년 EU의 딸기 생산량을 기준으로 하면 29억 달러, 2011 미국의 생산량을 기준으로 하면 24억 달러에 해당된다. 그런데, 가격은 그렇다 치고 맛은 어떨까? 사실 딸기의 생명은 맛이 아닌가? 차른트케 교수에 의하면, 수정방법에 따른 딸기 맛의 차이를 구분하는 것은 품종에 따른 맛의 차이를 구별하는 것보다 훨썬 더 어렵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벌에 의한 수분이 딸기의 형태와 색상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은 무엇일까? 연구진에 의하면 벌은 두 가지 중요한 식물 호르몬의 분비를 자극한다고 한다. 첫 번째 호르몬은 옥신(auxin)으로, 세포분열과 성장을 촉진하여 딸기의 무게와 굳기(firmness)를 증가시킨다고 한다. 두 번째 호르몬은 지베렐린산(gibberellic acid)으로, 딸기의 연화(softening)를 지연시키고 멍과 곰팡이에 대한 저항력을 강화한다고 한다. 벌에 의한 수분이 딸기의 색깔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은 알 수 없지만, 식물의 목표가 `동물을 유혹하여 씨를 널리 퍼뜨린다`는 것임을 생각할 때, 그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할 것 같기도 하다.

선행연구에서는 "벌에 의한 수분이 멜론과 오이의 굳기(firmness)를 향상시키고 몇 가지 과일의 당도를 증가시킨다"고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보다 포괄적이며, 벌에 의한 수분의 경제적 효과까자 평가한 연구로는 세계 최초라 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벌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제시했다"고 다름슈타트 공대의 니코 블뤼트겐 교수(생태학)는 논평했다. "이번 연구의 의의는 벌이 과일의 품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함으로써, 벌이 인간에게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창조적 방법으로 평가했다는 데 있다. 이번 연구는 꽃가루받이의 가치를 새로운 차원에서 이해하게 해 주었다"고 UC 버클리의 클레어 크레멘 교수(생태학)는 논평했다.

※ 참고논문:
1. http://www.ingentaconnect.com/content/esa/jee/1993/00000086/00000002/art00032
2. http://rspb.royalsocietypublishing.org/lookup/doi/10.1098/rspb.2013.2440             


출처 : http://news.sciencemag.org/plants-animals/2013/12/better-berry-thanks-bees /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3-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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