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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을 혼란에 빠뜨린 고대인류의 DNA

  • AD 최고관리자
  • 조회 2692
  • 2013.12.09 11:24

고대 인류의 유전체를 하나씩 분석할 때마다, 의문이 해결되기는 커녕 새로운 미스터리가 하나씩 추가되고 있다. 스페인에서 출토된 40만 년 된 넙다리뼈의 DNA를 분석한 결과, 당시 유럽에 거주하던 호미닌과 (이보다 나중에 시베리아 남서부에 살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 `신비의 종족`인) 데니소바인 간에 모종의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문제의 DNA는 지금까지 발표된 호미닌의 시퀀스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과학자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그것이 데니소바인보다는 네안데르탈인에 더 가깝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이건 우리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라도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라고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크리스 스트링거 박사(고인류학)는 말했다. (스트링거 박사는 이번 `넙다리 DNA`의 분석에 참가하지 않았다.)

호미닌의 넙다리뼈가 들어 있는 화석은 1990년대에 스페인 북부 「시마 데 로스 우에오스(Sima de los Huesos: 해골의 동굴)」라는 유적지의 깊은 동굴에서, 20여 개에 달하는 다른 호미닌의 유해와 함께 발견되었는데, 과학자들은 지금껏 이것들이 초기 네안데르탈인 또는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Homo heidelbergensis)의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참고로, 네안데르탈인은 지금으로부터 약 3만 년 전까지 유럽에서 살았다. 한편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는 다소 느슨하게 정의된 호미닌(loosely defined hominin)으로, 네안데르탈인과 (아마도) 아프리카인의 조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독일 라이프치히 소재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스반테 파보 박사(분자유전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넙다리뼈의 DNA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기존의 통념을 완전히 뒤집는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연구진은 넙다리뼈에서 채취된 미토콘드리아 DNA의 염기서열을 계통학적으로 분석하여, "넙다리뼈의 주인공은 네안데르탈인이나 현대인보다는 데니소바인에 더 가깝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이에 대해 파보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해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새로운 의문을 제기했다"고 자평(自評)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 하나만 갖고서 "「시마 데 로스 우에오스 호미닌」이 (지척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보다 (수십만 년 후,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살았던) 데니소바인과 근연관계에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미토콘드리아 DNA는 모계쪽의 역사만을 이야기해 주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핵 DNA(nuclear DNA)는 양친 및 그 조상들의 유전물질을 포함하고 있어서 보다 정확한 계통분석을 가능케 하지만, 문제의 넙다리뼈에서는 핵 DNA가 검출되지 않았다. 따라서 인간의 진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결과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놓고 각양각색의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선행연구에서는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핵유전체(nuclear genomes)를 분석하여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공통조상이 70만 년 전까지 존재했었다`고 결론지은 바 있다. 그렇다면 「시마 데 로스 우에오스 호미닌」은 한때 유라시아 전역에 흩어져 살았던 두 종족의 조상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은 본래 「시마 데 로스 우에오스 호미닌」의 미토콘드리아 시퀀스를 보유하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어머니가 딸을 낳지 않을 경우 미토콘드리아 시퀀스는 소멸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시마 데 로스 우에오스 호미닌」의 미토콘드리아 시퀀스는 네안데르탈인의 몸에서 사라졌지만, 데니소바인의 몸 속에서 꾸준히 명맥을 유지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첨부그림 참조).

한편 스트링거 박사는 연구진과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스트링거 박사는 「시마 데 로스 우에오스 호미닌」이 초기 네안데르탈인이라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C. Stringer, Evol. Anthropol. 21, 101?107; 2012). "이번에 새로 해석된 미토콘드리아 유전체는 아마도 제 3의 호미닌으로부터 유래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과학자들은 「시마 데 로스 우에오스 동굴」로부터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80만 년 전의 호미닌 뼈를 발견한 적이 있는데, 그들은 이것을 호모 앤티세서(Homo antecessor: 호모 에렉투스의 유럽계 후손)의 것이라고 해석했다. 따라서 내 생각에는, 호모 앤티세서가 두 종족(데니소바인과 「시마 데 로스 우에오스 호미닌」)의 공통조상과 이종교배를 함으로써, 이번에 발견된 미토콘드리아 유전체를 탄생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스트링거 박사는 설명했다.

"나의 시나리오는 최근 불거진 `수수께끼의 호미닌` 논란을 설명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파보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최근 데니소바인과 네안데르탈인의 핵 유전체를 정밀분석하여 발표한 논문에서, `데니소바인이 수수께끼의 호미닌 종족과 이종교배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한 바 있다(GTB2013110379; http://www.nature.com/news/mystery-humans-spiced-up-ancients-sex-lives-1.14196)"고 스트링거 박사는 덧붙였다. 「시마 데 로스 우에오스 호미닌」의 정체를 둘러싼 논란은, 아무래도 넙다리뼈에서 핵 DNA가 추출되어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파보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1년 이내에 핵 DNA가 추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고대인의 뼈에서 핵 DNA를 추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왜냐하면 핵 DNA는 미토콘드리아 DNA보다 훨씬 더 깊숙한 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실 미토콘드리아 유전체의 일부를 추출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연구진은 2그램의 뼈를 갈아 다양한 기법을 통해 오염되거나 손상된 DNA를 제거한 다음 유전체를 복원했다. 그리고는 고대 DNA의 특징을 나타내는 표준 DNA 단편들과 비교하여, 최종적으로 유전체의 진위 여부를 가렸다.

"이번 연구는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참신한 결과를 내놓았다. 인류의 진화에 대해 많은 이론(異論)들이 제기되는 것은 샘플 부족과 연구자들의 편견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유전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믿는다"고 지브롤터 박물관의 클리브 핀레이슨 박사(고고학)는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나 자신도 혼란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번 연구가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지 않고, 인류의 진화를 둘러싼 수수께끼를 해명하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파보 박사는 말했다.

※ 원문정보: Svante Paabo, " mitochondrial genome sequence of a hominin from Sima de los Huesos", Nature (2013) doi:10.1038/nature12788, Published online 04 December 


출처 : http://www.nature.com/news/hominin-dna-baffles-experts-1.14294 /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3-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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