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손상된 DNA 돌연변이의 수리과정

  • AD 최고관리자
  • 조회 2434
  • 2014.01.08 10:57

인간을 포함해 DNA를 갖고 있는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DNA 정보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이들이 살아가는 주위 환경에는 DNA를 손상시키는 수많은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에 자신을 지키기 위한 생존능력은 이들에게 필수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연구진이 생체정보를 저장하는 DNA가 손상됐을 때 이를 수리하는 데 필수적인 ‘ATM(Ataxia telangiectasia mutated)’ 단백질의 작동 메커니즘을 규명해 주목을 받고 있다. 카이스트 생명공학과 최광욱 교수와 홍성태 박사 연구팀이 연구를 진행, 그 결과는 성과를 인정받아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인체 내 TCTP 단백질의 역할

▲ 최광욱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  ⓒKAIST
우리는 매일 다양한 위협 속에서 살아간다. 매일 섭취하는 음식물 속에는 시멘트에서 방출되는 라돈과 같은 방사선 물질, 더불어 강한 태양빛에 포함된 자외선 등 수많은 발암물질이 들어 있다.

“생명체는 무수한 발암물질로부터 자신의 DNA 정보를 일정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복잡하고 정교한 DNA 수리작업을 항상 수행하고 있죠. 이 과정에서 ATM이라는 DNA 손상복구 단백질은 핵심적인 역할을 해요. ATM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암 발병 확률이 높아질 정도로요.”

최광욱 박사팀은 망가진 DNA를 수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ATM 단백질이 온전히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 TCTP 단백질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DNA는 마치 생존에 필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책과 같아요. 책 안의 내용이 지금의 나에게 생존에 필요한 정보를 주고, 내 후손은 그 책을 건네받음으로써 생존에 필요한 정보를 고스란히 물려받을 수 있죠. 그런데 만약 책장의 일부가 실수로 찢어진다면 우리는 어떨까요? 접착제 등을 이용해 고치려고 하겠죠. 생명체 정보를 담고 있는 DNA도 마찬가지예요.
생명체의 생명 활동 그 자체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자연환경은 DNA를 망가트릴 수 있는 것들로 넘쳐납니다. 세포가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생산되는 활성산소, 음식물 속의 탄화물질, 건물 시멘트나 우주에서 오는 자연방사선, 강한 태양빛 속의 자외선 등이 그것이죠. 이러한 다양한 원인에 의해 망가진 DNA는 바로바로 수리가 돼야 합니다. 즉, 손상된 DNA 복구는 생명체의 지속적인 생존을 위해 반드시 꼭 필요한 기능이죠.”

찢어진 책을 접착제를 사용해 붙이듯 우리 몸속의 세포도 비슷한 기능의 도구를 갖고 있다. 손상된 세포를 수리하는 것이다. 세포 안에는 이러한 기능을 하는 60여 종 이상의 단백질이 있으며 ATM 단백질은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

지금까지 학계에서는 TCTP(Translationally controlled tumor protein)라는 단백질이 ATM의 기능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추정해 왔다. 그러나 이에 대한 주된 연구결과가 배양된 세포수준에서 확인됐으므로 정확히 어떠한 방식으로 TCTP가 ATM의 기능을 조절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런 가운데 최 교수팀은 TCTP에 결합하는 아미노산 조각의 정보를 활용해 TCTP가 ATM과 결합할 수 있고 다양한 분자생화학적 방법을 이용해 TCTP가 ATM의 효소기능을 높여준다는 사실을 밝혔다.

“ATM 단백질 자체가 끊어진 DNA를 연결하지는 않아요. ATM은 끊어진 DNA가 어느 곳에 있는지 다른 단백질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DNA 수리를 위해 그 자리로 모여든 일부 단백질 기능을 직접 조절하죠. ATM은 이를 위해 다양한 단백질에 인산기를 붙이는 인산화 효소(kinase)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ATM이 인산화 효소로서 효과적으로 작용하는데 TCTP 단백질이 필요하다는 것을 밝힌 거예요.”

최 교수에 의하면 손상된 DNA의 수리라는 관점에서 보면 ATM의 기능이 더 중요하다. ATM은 TCTP가 없어도 인산화 효소로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TCTP가 없으면 ATM은 그 기능을 100% 발휘할 수 없다.

“수정란으로부터 머리, 몸통, 팔, 다리 등 우리 몸의 형태가 만들어지는 발생학 관점에서 보면 TCTP가 더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어요. ATM과 달리 형태 형성 초기에 TCTP가 없으면 그 과정이 처음부터 잘 이뤄지지 않죠. 지금까지 이뤄진 TCTP 연구는 세포의 성장과 분열, 그리고 죽음에 집중해 왔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TCTP가 이러한 역할 뿐 아니라 추가적으로 DNA 수리 과정에서 ATM을 돕고 있다는 것을 밝혔어요. 또한 ATM과 TCTP가 함께 작용해야 발생과정 역시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알았고 결국 두 단백질이 서로 돕는 관계임을 확인한 거죠.”

초파리 모델로부터 얻은 아이디어

▲ TCTP와 ATM의 유전자발현이 줄어들면 눈의 정상적인 발생에 큰 결함이 생긴다.(좌: 초파리의 정상적인 눈/ 우 : 성장이 결핍된 눈)  ⓒKAIST


약 10년 전부터 세포핵 안에 존재하는 TCTP 단백질 농도가 높아지면 해당 세포들이 DNA 손상 약물에 대한 저항성을 갖게 된다는 결과가 간간히 논문으로 학계에 보고돼 왔다. 하지만 그러한 현상이 왜 나타나는지는 현재까지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러다 2012년 초 캐나다 Edouard I. Azzam 교수팀에 의해 TCTP가 ATM과 함께 DNA를 안정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하지만 해당 결과들이 주로 배양세포모델 수준에서 확인됐으므로 세포보다 복잡한 구조와 기능을 가진 동물모델 수준에서도 그 기능이 동일하게 유지되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또한 어떻게 TCTP가 ATM과 함께 DNA 수리과정에 참여하는지는 여전히 미궁 속에 남겨진 상태였다.

“우리 연구팀은 생물학 역사에서 대표적인 모델 동물로 오랫동안 사용된 초파리를 모델 동물로 이용했어요. TCTP가 없을 때 DNA 수리 기능에 어떤 이상이 나타나는지 관찰했죠. 그 결과 TCTP는 손상된 DNA 수리를 위해 ATM뿐 아니라 다양한 DNA 수리 단백질들과 함께 작용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더 나아가 ATM 인산화 효소가 그 기능을 정상적으로 발휘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했어요.”

이번 연구는 TCTP가 세포배양뿐 아니라 고등 생명체에서도 DNA 정보를 일정하게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을 밝혔다. 최 교수는 연구를 계기로 쥐와 같은 척추동물에서도 TCTP와 ATM이 작용하는지 시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초파리를 이용해 TCTP의 새로운 기능이 밝혀짐에 따라 TCTP와 관련한 기초연구 및 초파리 모델동물에 대한 학계의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두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ATM 관련 암의 진단과 치료방법 등 응용연구에 대해 관심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입니다.”

연구 성과에 대해 답변하던 최 교수는 “사실 손상된 DNA의 복구과정에 대한 연구는 우리 연구팀의 주요 연구 주제는 아니었다”며 연구를 진행한 계기에 대해 운을 뗐다.

“이번 연구는 TCTP에 대한 연구로부터 싹이 튼 것입니다. 우리 연구팀은 2007년 '네이처'에 TCTP가 인슐린 신호 전달 과정을 통해 세포성장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고 발표한 적이 있어요. 이후 TCTP가 세포성장 조절 외에 다른 중요한 기능들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단서들을 발견하게 됐죠. 아직 알려지지 않은 TCTP의 새로운 역할을 찾기 위해 다양한 접근법으로 연구를 시도했어요. 그 과정에서 TCTP가 초파리 동물모델에서도 세포 핵 안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고 TCTP와 결합하는 단백질을 찾기 위한 생화학적 분석 방법을 통해 TCTP가 핵 속에 존재하는 ATM단백질과 결합한다는 흥미로운 실마리를 얻게 됐습니다.”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2012년에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도 봉착했다. 캐나다 아잠(Azzam) 교수팀이 앞선 3월에 인간유래세포 배양실험을 이용해 최 교수팀의 연구내용과 유사한 결과를 미국학술원 논문에 발표한 것이다.

“당시엔 실험 결과가 상당부분 유사하다고 판단해 크게 실망 했어요. 하지만 발표된 논문을 자세히 살펴보니 풀리지 않는 의문이 여전히 존재하더군요. 다행히 우리팀의 연구 방향은 캐나다 팀과 달리 의문에 대한 답을 줄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홍성태 박사가 인내심을 갖고 유전자-세포-동물의 다양한 수준에서 연구를 수행해 중요한 의문점을 풀어 갈 수 있었습니다. 결국 두 연구팀 모두 시작점은 서로 달랐지만 하나의 지식을 완성하기 위해 함께 가고 있던 셈이죠.”

최광욱 교수는 앞으로 TCTP가 ATM의 기능을 어떻게 조절하는지, ATM의 기능이 손상된 경우 TCTP를 충분히 공급하면 회복이 가능할지 등 여러 의문점들을 하나둘 짚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연구가 그렇지만 새로운 현상이 밝혀지면 필연적으로 새로운 의문점이 생겨나게 마련입니다. 예를 들면 TCTP는 원래 세포질에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ATM과 DNA 손상을 수리하려면 세포의 핵으로 이동을 해야 하죠. 따라서 TCTP가 어떻게 핵 안으로 혹은 밖으로 이동을 하는지에 관한 문제가 있어요. 이처럼 다양한 의문에 대해 풀어가는 과정을 꾸준히 연구하고 싶어요.”


저작권자 2014.01.08 ⓒ ScienceTimes


DNA, 돌연변이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다음요즘 싸이공감 네이트온 쪽지 구글 북마크 네이버 북마크

댓글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