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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 년 전 얼음 속에서 부활한 거대 바이러스

  • AD 최고관리자
  • 조회 2847
  • 2014.03.06 13:33

놀라지 마시라. 저예산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처럼, 과학자들은 2만 년 된 시베리아의 얼음 속에 묻혀 있는 거대 바이러스를 부활시켰다. 더욱 놀라운 것은, 문제의 바이러스가 아직도 감염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 바이러스의 표적은 아메바라고 한다. 하지만 과학자들에 의하면,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의 얼음이 녹을 경우 다른 고대 바이러스들도 대거 부활할 것이며, 그중에는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도 있을 것이라고 한다.

새로 부활한 바이러스는 지금껏 발견된 것 중에서 덩치가 가장 커서, 길이가 자그마치 1.5 μm로, 작은 세균의 크기에 필적할 정도다. 이번 연구를 지휘한 프랑스 엑스-마르세유 대학교의 장-미셸 클라베리와 샹탈 아버젤 교수 부부(진화생물학)는 그리스어의 pithos(그리스인들이 와인과 음식을 저장하는 커다란 그릇)를 본떠, 이 바이러스의 이름을 Pithovirus sibericum이라고 붙였다. "우리는 와인을 사랑하는 프랑스인이므로, 어떻게든 이 바이러스와 와인을 연관시키고 싶었다"고 그들은 말했다.

클라베리와 아버젤 커플은 지금까지 3개의 거대 바이러스를 발견하는데 기여한 바 있는데, 그 중 첫 번째는 2003년에 발견한 미미바이러스(Mimivirus, 참고 2)고, 나머지 두 개는 2013년에 발견한 판도라바이러스(Pandoraviruses, 참고 3, http://www.nature.com/news/giant-viruses-open-pandora-s-box-1.13410)다. "이 두 사람은 우리로 하여금 또 다시 거대바이러스 세계의 엄청난 다양성에 눈뜨게 했다"고 캐나다 브리티시콜럼비아 대학교의 커티스 서틀 교수(바이러스학)는 말했다. (셔틀 교수는 이번 연구에 참가하지 않았다.)

2년 전, 클라베리와 아버젤 커플은 "러시아의 과학자들이 3만 년 된 시베리아 영구동토대에 묻혀 있던 과일로부터 고대 식물을 부활시켰다"는 뉴스를 들었다(참고 4, http://www.nature.com/doifinder/10.1038/482454a). "나는 `식물을 부활시키는 게 가능하다면, 바이러스를 부활시키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클라베리 교수는 술회했다. 두 사람은 러시아 과학자들로부터 영구동토 샘플을 건네받아, 아메바를 미끼로 이용하여 거대바이러스를 탐색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거대바이러스의 전형적 표적은 아메바다.) 마침내 아메바가 죽어가는 장면을 확인한 두 사람은, 아메바의 사체(死體) 속에서 거대바이러스 입자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현미경에 포착된 피토바이러스(Pithovirus)는 한쪽 끝에 개구부를 가진, 두꺼운 벽에 둘러싸인 타원형 모양이다. 그것은 형태상으로 판도라바이러스와 매우 유사하지만, 아버젤에 의하면 두 바이러스는 유사한 형태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다른 바이러스라고 한다.

놀라운 성질

피토바이러스의 개구부는 벌집 구조를 지닌 `코르크 마개` 비슷한 구조물로 덮여 있다(첨부그림 2 참조). 또한 그것은 - 대부분의 바이러스와는 달리 - 숙주의 핵을 점령하는 대신, 숙주의 세포질 내에 `공장`을 지어 증식한다. 더욱이, 피토바이러스의 단백질 중 다른 바이러스의 단백질과 유사한 것은 1/3에 불과하다. 마지막으로 연구진을 경악시킨 것은, "피토바이러스는 덩치가 엄청나게 큼에도 불구하고 유전체의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아, 판도라바이러스보다 훨씬 작은 유전체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피토바이러스의 거대한 몸통은 사실상 텅텅 비어 있다고 보면 된다"고 클라베리는 말했다. "지금까지의 통념은 `바이러스는 DNA를 최소한의 입자 속에 가능한 한 빽빽하게 포장하는 특징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녀석의 몸통은 여느 박테리오파지보다 150배나 헐렁하다. 우리는 도대체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거대바이러스는 거의 항상 아메바를 사냥하지만, 2013년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의 크리스텔 데누 박사(바이러스학)는 다른 거대바이러스인 마르세유바이러스(Marseillevirus)가 생후 11개월의 남아(男兒)를 감염시킨다는 증거를 발견한 바 있다(참고 5). 문제의 아기는 림프절의 염증으로 병원에 입원했는데, 데누 박사의 검사 결과 아기의 혈액 속에서 마르세유바이러스의 DNA 흔적이 검출되었으며, 림프절에서는 바이러스 입자가 발견되었다. "거대바이러스는 자연계에 홀로 존재하는 괴짜가 아니다. 그들은 총체적인 바이러스계의 한 부분으로 진화를 하고 다양성을 보유하며, 심지어 인간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데누 박사는 말했다.

"지구온난화와 더불어, 남극의 광물채굴과 시추작업이 지금처럼 진행될 경우, 보다 많은 고대 바이러스들이 부활할 것이다. 그들은 여전히 감염력을 보유하고 있어, 인간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클라베리와 아버젤은 우려했다.

그러나 서틀 교수는 `인간은 매일 수천 마리의 바이러스를 코와 입으로 흡입하며, 바다에서 수영할 때는 수십억 마리의 바이러스를 삼키지만 끄떡 없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녹은 얼음이 유해 바이러스를 방출하여,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만큼 광범위하게 전파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과학적 이성을 한계점까지 밀고 나간 것에 불과하다. 내가 보기에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바이러스 창궐이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때문에 수억 명의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 참고

1. Legendre, M. et al. Proc. Natl Acad. Sci. USA http://dx.doi.org/10.1073/pnas.1320670111 (2014).
2. La Scola, B. et al. Science 299, 2033 (2003).
3. Philippe, N. et al. Science 341, 281?286 (2013).
4. Yashina, S. et al. Proc. Natl Acad. Sci. USA 109, 4008?4013 (2012).
5. Popgerogiev, N. et al. J. Clin. Microbiol. 51, 4102?4105 (2013). 


출처 : http://www.nature.com/news/giant-virus-resurrected-from-30-000-year-old-ice-1.14801 /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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