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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정보저장장치로 변신

  • AD 최고관리자
  • 조회 2229
  • 2013.10.07 08:44
한 쌍의 DNA 띠 주위에(왼쪽 부분) 구리 이온(DNA 띠 사이사이에 있는 구체)과 열을 가하면 화학 반응을 일으켜 원자 한 개 두께의 탄소 원자가 길게 배열되는 그래핀 구조(오른쪽)의 트랜지스터 물질이 만들어진다. 미국 스탠퍼드대 제공
 
생명의 기본 요소인 단백질을 만드는 DNA. 유전 정보와 각종 질병의 원인 등 생명의 신비를 간직한 DNA가 차세대 컴퓨터에도 활용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DNA를 이용해 고성능 저전력 반도체 트랜지스터를 만드는가 하면, 페타바이트(PB·1PB는 약 100만 기가바이트) 규모의 대용량 디지털 데이터를 몇 그램에 불과한 DNA에 저장할 수 있는 방법이 속속 나오고 있다. DNA가 새로운 전자산업 혁명을 가져다줄 매개체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 DNA 트랜지스터 첫 개발

컴퓨터의 CPU나 메모리 기본 단위인 반도체 트랜지스터는 전류가 흘렀다 끊기는 현상을 반복하는 전기적 특성을 이용해 만들어진다. 전류가 흐를 때는 ‘1’, 끊길 때는 ‘0’의 값을 지니도록 해, 이진법으로 이뤄진 컴퓨터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의 수많은 연산을 수행한다.

지금까지는 실리콘을 이용해 트랜지스터를 만들었다. 또 더 작게 만들고, 전기 신호를 빠르게 처리하는 동시에 전력을 적게 쓰도록 발전하고 있지만, 이런 고성능 트랜지스터 발전이 한계에 부딪힐 것이란 예상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화학공학과 제난 바오, 아나톨리 소콜로프 교수 연구팀은 DNA를 이용해 트랜지스터를 만드는 데 처음으로 성공해 지난달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꿈의 재료 ‘그래핀’이 실리콘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반도체 재료가 될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 문제는 한 개 원자 두께를 가지면서 20∼50개의 원자 탄소 구조를 길게 배열하는 기술이 없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매우 길고 가늘게 배열되는 물리적 특성과 탄소 원자가 있는 화학적 특성을 동시에 지닌 DNA를 이용했다.

연구팀은 트랜지스터를 만들 때 일반적으로 이용하는 실리콘 기판과 유사하게 생긴 매우 작은 접시를 준비한 후 여기에 박테리아에서 추출한 DNA 가닥을 올렸다. 이를 구리염 용액에 담가 구리 이온이 DNA에 흡수되도록 했다.

여기에 열을 가하고 탄소 원자가 있는 메탄가스에 노출시키자 DNA와 메탄에 있는 탄소 원자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화학 반응이 일어났다. 이렇게 떨어져 나간 탄소 원자들이 DNA 주변에 머물면서 DNA 구조를 따라 띠 형태로 만들어진 것.

그 뒤 연구팀은 DNA로 만든 벌집 형태의 이 띠가 트랜지스터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회로를 만들어 실험에 최초 성공했다.

바오 교수는 “모든 탄소 원자가 원자 하나 두께의 벌집 형태 띠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앞으로 개선할 점이 많다”며 “2년간 연구 끝에 개발한 DNA 기반 트랜지스터 제조가 적은 비용으로도 고효율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대용량 저장장치도 DNA로

올해 2월에는 DNA에 음성 파일과 문서 파일, 기호가 담긴 텍스트 파일을 기록하고 다시 재생하는 데 성공한 연구 결과가 ‘네이처’에 실렸다.

닉 골드먼 유럽생명정보학연구소(EBI) 박사팀은 마틴 루서 킹의 음성 MP3 파일, DNA 구조를 밝힌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의 1953년 네이처 논문, 인간 게놈 정보 등 디지털 파일 739킬로바이트(KB)의 디지털 데이터를 염기 서열로 전환해 117개의 염기로 된 DNA 가닥에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특정 문자를 A, T, G, C 네 종류의 염기서열 정보를 조합해 DNA에 기록했다. 이렇게 기록된 DNA 조각을 이어 붙여 정보가 끊기지 않도록 만들었다. 또 DNA에 기록된 데이터를 다시 불러오는 데도 성공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min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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