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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제뉴런 억제하는 ‘탈억제 뉴런’ 존재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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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2661
  • 2013.11.06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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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광을 발현하는 VIP 뉴런의 현미경 영상. 둥근 모양이 세포 본체이며, 선 모양은 축삭과 수지상돌기이다. 세포 본체의 양끝으로 길게 선이 뻗어 있는 (이극형, bipolar shape)이 VIP 뉴런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사진/ 피현재
신경세포(뉴런)에서 정보가 처리되는 과정을 달리는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대뇌피질에는 흥분(들뜸)을 일으키는 가속패달 뉴런과 이를 억누르는 브레이크 뉴런이 상호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에 브레이크의 억제 기능을 해제하는 ‘탈억제’ 뉴런이 따로 독자적인 신경회로를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관찰됐다. 뉴런의 흥분을 직접 일으키지 않으면서 억제를 풀어 흥분을 일으키는, 이를테면 ‘배후조종’ 기능의 뉴런들이다.
 
미국 콜드스프링하버연구소(CSHL)의 애덤 케펙스(Adam Kepecs) 교수 연구팀은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 온라인판에 발표한 논문에서, 깨어 있는 쥐의 뇌를 대상으로 실험해 기본 뉴런(principal nueron)의 흥분을 억누르는 억제 뉴런(inhibitory neuron)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기본 뉴런을 활성화하는 이른바 ‘탈억제(disinhitbition)’ 신경세포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뇌 신경세포는 흔히 흥분이 일어나는 기본 뉴런이 80%가량을 이루며 나머지는 흥분을 억누르는 억제 뉴런 등으로 이뤄져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억제 뉴런 중에는 억제 뉴런을 억누르는 억제 뉴런(탈억제 뉴런)도 존재할 것이라는 가설이 제시돼 왔다 (CSHL 보도자료).
논문의 제1저자로 연구에 참여한 피현재 연구원(물리학 박사)은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과 주고받은 이메일 인터뷰(아래 일문일답)에서 “탈억제 뉴런이 존재하리라는 가설은 이전에 제시돼 왔으나 실험 기법의 한계 때문에 존재를 직접 확인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새로운 실험 기법을 사용해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살아 있는 쥐의 뇌 신경세포를 대상으로 빛을 쪼여 특정 세포를 활성화하는 ‘광유전학’ 기법과 개별 세포 단위로 전기생리학적 반응을 측정하는 '단일세포 기록(single-cell recording)' 기법을 활용해 이런 연구결과를 이뤄냈다.
연구팀은 정보 처리 과정에서 탈억제 뉴런이 독자적 신경회로를 갖추고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실험용 생쥐한테 특정한 행동을 하게 하고 후속으로 보상과 처벌을 하는 실험을 벌이며 탈억제 뉴런을 살핀 결과에서는, 보상과 처벌이 주어질 때 탈억제 뉴런의 활성이 두드러지게 일어나는 것으로 관찰됐다고 연구팀은 보고했다. 특정한 행동 조건에서 탈억제 뉴런이 독자적인 신경회로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탈억제 뉴런이 대뇌피질 전반에 분포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에서 탈억제 뉴런은 브이아이피(VIP)라는 단백질이 발현되는 뉴런 영역에서 주로 확인됐으나, VIP 단백질이 탈억제 기능과 연관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피 연구원은 “VIP는 원래 장내 세포에서 처음 발견된 단백질이지만 나중에 신경세포에서도 관찰돼 VIP가 발현되는 신경세포를 VIP 뉴런이라고 부르는데, VIP 뉴런 말고도 다른 탈억제 뉴런이 존재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다른 유형의 탈억제 뉴런이 더 있는지 찾는 것도 새로운 연구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피 연구원은 “탈억제 기능을 하는 VIP 뉴런은 중독, 폭력성, 집중장애 등 정신질환과 연관되거나 학습·기억을 관장하는 영역에 의해 활성화하는 것으로 여겨져, 이와 관련한 신약 개발에도 탈억제 뉴런 연구가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논문 초록(번역)
“포유류의 대뇌피질에는 다양한 종류의 억제에 관여하는 사이신경세포들이 있는데 각각 특성화된 방법으로 회로 연산에 참여한다. 이들 중 독특하게 억제를 통해 흥분을 유발하는 탈억제라는 회로 연산 방법이 존재하는데, 그런 탈억제로 통해 뇌의 국지적 신호처리 과정이 선택적으로 증폭(gain modulation)될 수 있으며 게이트 제어(gating)라는 중요한 연산처리(computation) 기능을 돕는다고 생각되고 있다. 여러 종류의 사이신경세포들이 정도는 다르지만 다른 사이신경세포를 억제하고 있음은 밝혀져 있지만, 탈억제 기능에 특화된 사이신경세포들과 그것들이 살아 있는 뇌에서 행하는 기능에 관해 밝혀진 바는 별로 없다. 이 연구에서 우리는 VIP 단백질을 발현하는 일련의 사이신경세포들이 신피질의 여러 영역들에서 탈억제 제어를 매개하며, 또한 보상/처벌의 증강 신호에 의해 활성화됨을 밝혔다. 광유전학적 활성화 기법을 단일세포 리코딩(single-cell recordings) 기법과 결합하는 방식으로, 깨어 있는 쥐의 뇌에서 VIP 사이신경세포의 기능적 역할을 살피고, 청각피질과 중간전전두엽에서 그 기반이 되는 신경회로 메커니즘을 연구함으로써 기본적인 탈억제 신경회로 모듈을 찾아냈다. 그 신경회로에서는 VIP 사이신경세포가 활성화하면, 주로 소마토스타틴(somatostatin, 성장억제호르몬)을 발현하는 사이신경세포를 억제하고 파벌버민(parvalbumin)을 발현하는 사이신경세포 일부도 억제했다. (실험용 쥐가) 청각적 식별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에, 청각피질에 있는 VIP 신경세포는 보상/처벌의 매개 신호들에 의해 활성화했었으며, VIP 신경세포는 기본 신경세포 중에서 기능적으로 특정한 기본 신경세포만을 선택적으로 탈억제했다. 이런 결과는 피질에서 탈억제 제어의 기반을 이루는 특정 세포 유형과 마이크로회로 구조를 드러냈으며, 이 회로가 특정한 행동 조건에서 활성화함을 보여준다.”(논문 초록에서)
 
 
제1저자 이메일 인터뷰

피현재 연구원(물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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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Q.jpg 논문 초록과 보도자료를 보니, 포유류의 대뇌피질에서 기본뉴런(principal neuron)의 활성을 억제하는 억제 뉴런(inhibitory neuron)을 억제하는 탈억제 뉴런(disinhibitory neuron)의 기능을 살아 있는 쥐 뇌를 관찰해 확인했다는 내용이 뼈대 같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새로운 사실들을 다시 한번 간략히 정리해주신다면?
000A.jpg “대뇌피질의 작은 지역(subregion)은 시각처리(visual cortex), 청각처리(auditory cortex), 중앙통제기능(prefrontal cortex) 등 각각 다른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역할은 다르지만 작은 지역들의 구조나 신경세포 종류, 신경세포 간 연결 패턴은 아주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입력과 출력은 다르더라도 대뇌피질에서 일어나는 연산처리(computation)는 같지 않을까 하는 ‘가설’이 오랫동안 있어 왔습니다. 저희가 처음으로 살아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쥐의 뇌에서 이런 일을 하는 한 종류의 회로와 회로기작을 밝혀냈습니다. 이 회로기작은 대뇌피질 전체에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 하나의 중요한 발견입니다. 그리고 사람의 뇌에서도 적용될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밝혀낸 회로는 탈억제(disinhibition) 회로인데요, 억제를 통해서 흥분을 유발하는 회로의 원리입니다.
 달리는 자동차를 예로 들면, 브레이크에서 발을 뗌으로써 속도를 증가시키는 원리입니다. 직접 엑셀을 밟는 것과는 다른 효과를 얻기 때문에 뇌에서는 회로의 출력을 증폭(amplification)하는 역할을 하고  전문용어로는 "gain modulation"이라고도 말합니다. 좀 더 정확하게 비유하자면, 내리막길에서 차가 내려올 때 브레이크를 살짝 밟으면서 내려오는데 그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뗄 때 속도가 증가한다는 게 더 정확한 예입니다. 예가 너무 복잡해지는것 같아서 좀 단순화했는데, ‘내리막길’ 상황을 추가하는 게 좋을것 같습니다.
논문 초록을 읽다보니, 연산처리, 게이트제어(gating), 마이크로회로, 인풋과 아웃풋, 신호증폭 같은 용어들이 쓰이는데, 뇌가 컴퓨터 연산과 회로에 직접 비유돼 눈길을 끕니다. 이런 용어 사용이 신경과학 분야 연구문화의 어떤 특징을 보여주는 것일까요?
  "뇌가 회로로 구성되어 있고 이런 용어나 회로 원리는 근본적인 것이기에 (뇌나 컴퓨터 등 매개체가 무엇이든) 뇌 연구에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생소하게 느끼시는 이유는 그동안 기술적 제약으로 인해 기능 수준의 회로 연구가 여려워 알려진 바도 많지 않았고, 그래서 (이런 용어들이 자주)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점점 더 많이 보시게 될 겁니다.^^"
 
000Q.jpg 억제 뉴런을 억제하는, 즉 탈억제 뉴런의 존재는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는지요? 이런 뉴런의 존재를 식별해내고 그 기능을 탐색한 걸로 봐서는 이런 뉴런의 존재가 이전에도 얘기돼 왔던 것 같습니다만.
000A.jpg "과거의 해부학 연구에서 몇몇 후보들이 제안되었지만, 수많은 종류의 억제 뉴런들이 어느 정도는 서로 억제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뉴런이 탈억제에 관여하는지는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실험을 시도할 수도 없었습니다. 요즘 주목받는 광유전학 기술을 접목하고 저희 연구그룹에서 개발한 리코딩(recording) 기술을 통해 기존의 장벽을 극복하고 탈억제를 관장하는 뉴런이 VIP 뉴런임을 밝힐 수 있었습니다."
 
광유전학 기법에 관해 여쭙니다. 평소 궁금한 부분이지만 여전히 충분히 이해되지 않아서요. 빛에 반응해 신경세포에 활성화 물질이 들어갈 수 있도록 세포막의 이온채널을 열어주는 녹조류의 채널로돕신 유전자를 이용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뇌의 특정 세포 단위로 이 채널로돕신 유전자(단백질)를 세포에 집어넣어 기능을 하도록 하는지 궁금합니다. 표적이 되는 세포들의 영역에 무작위로 집어넣은 뒤에, 광케이블을 선택적으로 특정 표적세포들에 비추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표적세포들에만 이런 단백질/유전자가 발현되도록 집어넣을 수 있는 것인지요?
  “예,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입니다. 이 기술은 광유전학과 기존의 유전자 변형 쥐의 조합으로 가능합니다. Cre재조합효소(Cre recombinase)를 특정한 뉴런에서만 발현하게 하는 유전자 변형 쥐를 먼저 만들고요(VIP-Cre mouse line), 채널로돕신2(ChR2, channelrhodopsin 2)를 ‘Cre-dependent’하게 바이러스를 이용해 전달합니다(바이러스: AAV-DIO-ChR2-YFP). 그러면 채널로돕신2 유전자(ChR2 gene)는 말씀하신 대로 주변의 모든 세포들에 전달되지만 Cre가 있는 뉴런만 채널로돕신2를 발현합니다. 요즘 아주아주아주아주 많이 사용되는 방법입니다.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원하시면 위키피디어에서 "cre recombinase"나 "cre-lox system"을 검색해 보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논문에도 자주 등장하는 VIP(vasoactive intestinal polypeptide)가 무언지 풀어 설명해주신다면?
  "VIP 단백질은 원래 장에서 발견되었고 혈관 수축·팽창이나 신진대사에 관련된 일을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뇌에서는 특정한 뉴런 그룹에서만 검출되어서 아직 잘 알려진 것이 없고요, 그냥 마커입니다."
VIP 뉴런이 탐구 대상이 된 것은, 이 단백질이 세포 안에서 쉽게 식별되기 때문인가요? 그렇다면 VIP 뉴런이 탈억제 기능을 한다는 것은 매우 우연한 발견인 것인지요?
  "우연은 아니고요, 사이 뉴런(사이신경세포, interneuron)에 대한 해부학 연구나 뇌 슬라이스 전기생리학(in vitro) 연구는 많이 되어 있었습니다. 사이 뉴런은 종류가 너무 많아 사람들이 그전부터 분류하고 싶어 했고 특히 해부학 연구에서 마커와 뉴런 구조의 상관관계를 알아내게 되었습니다. 이 정보에 기반해 Cre 유전자 변형 실험쥐(mouse cre lines)를 만들었고요. 실제로 파버벌민(PV), 소마토스타틴(SOM), VIP 단백질은 전체 사이 뉴런을 70-80%를 차지하면서 서로 겹치지 않고 해부학적으로도 각각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연구가 (이렇게 쉽게 식별되는) 이런 뉴런들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런 탈억제 뉴런은 주로 청각피질과 전두엽 피질에 분포하는 것으로 논문에서 이해했습니다. 이런 분포의 특징은 뇌의 전체 기능과 관련해서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요? 그런 의미가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습니까?
  "이번 연구에서는 청각피질과 전두엽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여드렸는데, 이것을 일반화하면 탈억제 회로가 대뇌피질 전체에서 발견되는 공통적인 회로 문양이라고 생각됩니다. 최근 다른 그룹에서 발표된 논문들도 저희 발견을 뒷받침해주고요. 공통의 회로 문양이라는 사실은 큰 의미를 지니는데요, 예를 들면, 전혀 달라 보이는 자연 현상들에서 그 현상들을 기술할 수 있는 하나의 수학 방정식을 발견했다고 할까요? 조금 과장이 있었지만, 역할이 각각 다른 대뇌피질의 소영역에 공통된 회로를 밝혀낸 것이 하나의 큰 성과입니다.
000Q.jpg 깨어 있는 실험용 쥐의 뇌에서 VIP 뉴런을 관찰하신 걸로 얘기되는군요. 최근에 사이언스온에서 다룬 다른 뉴스에서도 살아 있는 쥐 뇌의 수면/각성 상태를 비교 분석한 실험을 다룬 적도 있었는데, 살아 있는(in vivo) 뇌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신경과학 분야에서 최근에 뚜렷한 경향이 되고 있는 것인지요?
000A.jpg "예, 좋은 지적이시고 실제 그렇습니다. 사실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이 깨어 있는 상태와 마취되거나 슬라이스 상태(in vitro)는 많이 다릅니다. 그래서 우리가 일상생활을 할 때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기 위해선 깨어 있는 뇌에서 연구하는 게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길인데 그동안 기술이 이를 뒷받침해 주지 못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광유전학 기술이 사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신경과학 분야에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중요한 질문이지만 기술적 한계로 장벽에 부딪혔던 많은 질문들이 최근에서야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연구한 탈억제 회로도 두 개의 시냅스를 거쳐서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깨어 있는 뇌가 아니면 현상을 관측하기가 어려워서 그동안 연구되지 못했습니다."
 
실험 과정을 정리하면, 먼저 분자 꼬리표 달기 기법(molecular tagging technique)을 이용해 살아 있는 쥐의 뇌에서 VIP 뉴런을 식별했으며, 이후에 그렇게 특정된 뉴런들을 대상으로 광유전학 기법을 사용해 VIP 뉴런만 선택적으로 활성화하여 VIP 뉴런의 기능을 살핀 것으로 이해됩니다. 이런 과정이 맞는지요? 개개 신경세포의 반응이 관찰되는 것인지요?
 
 "예, 맞습니다. VIP 뉴런을 선택적으로 활성화할 뿐만 아니라 VIP 뉴런, VIP 뉴런에 의해 억제되는 뉴런, 탈억제되는 뉴런을 다른 뉴런들로부터 구분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구분된 뉴런들이 쥐가 깨어 있는 상태와 쥐가 주어진 행동 임무(behavioral task)를 수행할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깨어 있는 뇌 대상의 실험(in vivo)에서 이런 세분화된 정보를 얻기는 힘들었는데, 저희 랩에서 개발한 방법 덕분에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랩에서 몇 달 전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도 이 방법을 이용했습니다(Kvitsiani, Ranade, et al. (2013) Nature)."
VIP 뉴런이 탈억제 뉴런임을 입증하는 실험적 증거는 어떤 것인가요? 보도자료를 보면, VIP 뉴런을 식별하는 과정은 나오는데, 왜 VIP 뉴런이 그동안 찾고 있던 탈억제 뉴런임을 어떻게 입증했는지는 분명하게 나와 있지 않는 듯해서요.
  "이번 연구의 첫번째 결과는 VIP 뉴런을 활성했을 때 다른 뉴런들이 어떻게 반응하나 본 것이었는데(논문에서 그림1), 한 그룹은 약간의 시간 간격(5-10ms;one-synapse time)을 두고 억제되었고요, 두 번째 그룹은 조금 더 이후(10-20ms; two-synapse time)에 활성화했습니다. 이런 패턴은 탈억제의 전형적 패턴인데요, 최초의 실험 입증(in vivo demonstration)이었습니다. 그 당시 제가 이 결과를 발표할 때 같은 연구부서에 계신 많은 분들이 흥분했고 저도 흥분했습니다(^^). 그 다음 결과가 회로 기작을 밝히면서 탈억제 뉴런임을 입증하는 내용입니다(논문에서 그림2)."
논문 초록에 정리된 다음 부분은 중요한 듯한데 잘 이해되지 않는군요. 혹시 풀어 설명해주신다면. “(실험용 쥐가) 청각적 식별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에, 보상/처벌의 강화 신호들은 강력하게, 그리고 균일하게 청각피질에 있는 VIP 신경세포를 활성화했으며, 다시 VIP 신경세포 활동이 기본 신경세포 중에서 기능을 행하는 일군들을 점점 더 증가시켰다. 이런 결과는 피질에서 탈억제 제어의 기반을 이루는 특정 세포 유형과 마이크로회로를 드러내며, 그것이 특정한 행동 조건에서 활성화함을 보여준다.”
  "먼저 go/no-go task를 설명드리면 두 개의 다른 소리가 go와 no-go를 가르킴니다. ‘가(go)’라고 할때 가면 보상으로 물을 주고 ‘가지 말라(no-go)’고 할때 가면 처벌로 약한 바람(air puff)를 쥐의 얼굴에다 쏘였습니다. 이 행동 임무(behavioral task)의 장점은 간단함에 비해 여러 가지 행동 상태(보상, 처벌, 신호, 기다림 등)가 꽤 정확히 정의되어 있어서 뉴런 활성 정도와 행동학적인 이벤트 간의 싱호관계를 보는 데 좋습니다. 깨어 있는 쥐의 뇌에서 뉴런 활성 신호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쥐가 ‘go’ 음성신호와 ‘no-go’ 음성신호를 구분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VIP 뉴런이 언제 활성화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흥미롭게도 실험실에서 관측된 모든(100%) VIP 뉴런이 보상이나 처벌이 주어질 때 활성화했는데, 이것에 의미하는 바는 VIP 뉴런이 보상/처벌(reinforcement signals)의 정보 처리에 관여한다는 것입니다. 보상/처벌은 생물이 살아가는 데 제일 기초적이고 중요한 정보인데요(sex, food, good feeling, pain 등을 생각하면 아시다시피), 특정한 뉴런 그룹(VIP 뉴런)이 특정한 이벤트(보상/처벌)에 의해 활성화한다는것은 전혀 기대하지 못했고 아주 놀라운 발견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탈억제 회로의 모듈을 찾아냈다고 합니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요? 어떻게 찾은 것인지요?
  "탈억제 회로 기작을 청각피질와 전두엽에서 밝혀 보였는데요, 이것을 일반화해서 탈억제 회로가 대뇌피질 전체에 걸쳐 같은 연산처리(computation)을 수행하는 회로 모듈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위의 설명 참고)."
사이 뉴런(interneuron), 탈억제 뉴런(disinhibitory neuron), VIP 뉴런은 동일 대상을 가리키는 것인가요?
  "사이 뉴런(interneuron)은 대뇌피질에서 억제를 주로 하는 뉴런을 모두 지칭하는 말이고, VIP 뉴런은 전체 사이 뉴런 중에서 하나의 소그룹을 지칭합니다. 탈억제 뉴런(disinhibitory neuron)은 VIP 뉴런과 같다고 볼수 있습니다만 탈억제 뉴런이 VIP를 포함한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왜냐하면 저희가 연구하지 못한 다른 뉴런이 또 다른 방법으로 탈억제에 관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에 행동이 일어나는 과정에 뇌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특히 억제와 탈억제의 과정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게 됐다고 볼 수 있을런지요? 이번 연구를 통해서 새롭게 얻은 인식/통찰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예, 그렇습니다. 그외에 중요한 기여도는  기존 연구는 뇌 영역을 연결하는 회로를 밝혀낸 것인데 이번 연구는 기존에 비해 해상도가 아주 높은 연구라 할 수 있습니다. 깨어 있는 뇌에서 세포 수준의 회로를 밝혀낸 것이니까요. 기능을 하는 마이크로회로(functional microcircuit)를 밝혀냈다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흔히 처벌이나 보상을 받거나 받고자 할 때에는, 자기의 제멋대로 욕구를 억제할 테고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탈억제 모드(mode)가 더 적고 억제 모드가 매우 강화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오히려 반대로군요. 어떻게 해석될 수 있을까요?
  “지금 말씀하신 예는 심리학적 관점의 탈억제에 관한 해석입니다. 신경세포 수준에서는 ‘욕구’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그냥 회로 기작의 원리로 생각하시는게 좋을 듯합니다. 그리고 처벌이나 보상도 세포수준에서는 활성전위에 의해 전달되는 그냥 하나의 신호일뿐입니다.”
000Q.jpg 어떤 연구결과나 그 자체가 종착지는 아니기에,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성과의 의미와 더불어 한계는 무엇일까요?(과장된 해석도 경계해야 하겠지요) 아울러 향후 연구과제도 함께 얘기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000A.jpg "예, 아주 좋은 지적이십니다. VIP가 기능과는 큰 관계가 없는 ‘마커’(neuronal marker)이기 때문에 VIP 뉴런만 탈억제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하기는 어렵습니다. VIP와 다른 마커(아직 발견되지 않은)를 조합하는 방법 등으로 탈억제에만 관여하는 뉴런 타입을 찾는 것이 앞으로 연구에서 중요한 방향이 될 것입니다. 특정한 뉴런 타입에 집착하는 이유는 이것이 신약 개발에서 약물표적(drug target)으로 이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연구의 방향은 VIP뉴런이 어떤 영역에서 어떤 인풋(input)을 받느냐 하는 것인데요, 보상/처벌이 생명 활동에 아주 중요한 점을 고려했을 때 이에 관련된 영역에서 인풋을 받는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생각됩니다. 지금 진행 중인 연구의 예비데이터(preliminary data)를 보면 이 영역들이 중독, 폭력성, 집중장애 등 정신질환이나 학습과 기억을 관장하는 영역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연구에서도 재미있는 결과가 기대되고 있습니다.
본인을 간략히 소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고려대학교 물리학과에서 이경진 교수님 지도하에 학사, 석사 과정을 마치고 미국 브랜다이스(Brandeis)대학교에서 존 리즈먼(John Lisman) 교수님 지도로 박사과정을 마쳤습니다. 지금은 콜드스프링하버 연구소(Cold Spring Harbor Laboratory, CSHL)에서 박사후연구 과정 중입니다. CSHL은 많은 학회 활동과 생물학 연구로 유명한 곳인데요, 디엔에이(DNA) 이중나선 구조를 규명해 노벨상을 받으신 제임스 왓슨(James D. Watson)이 연구소장(chancellor)으로 계신 곳입니다. 물리학 배경을 가진 저는 복잡한 현상에서 간단한 원리를 찾고 방정식으로 기술하는 데에서 아름다움을 느낌니다. 이런 관점에서 앞으로도 뇌의 복잡한 회로를 간단히 설명할 수 있는 회로 작동원리 규명을 방향으로 삼아 연구를 진행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친절한 답변 고맙습니다.
출처 :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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