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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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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573
  • 2016.04.27 15:29
김선광
김선광(Sun Kwang Kim) 저자 이메일 보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National Institute for Physiological Sciences, Japan Science and Technology Agency
Cortical astrocytes rewire somatosensory cortical circuits for peripheral neuropathic pain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이번 제 논문의 관련 분야는 크게 1) 만성 통증(chronic pain), 2) 생체내 이광자 이미징(in vivo two-photon imaging), 3) 교세포-시냅스 상호작용(glia-synapse interaction)의 3가지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1) 만성 통증: 신경병증성 통증(neuropathic pain)은 체성감각신경계의 병변이나 기능부전에 의해 야기되는 만성 통증으로서, 암, 대상포진, 당뇨, 말초신경손상 등 여러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으며 극심한 통증으로 인해 심할 경우 자살에까지 이르게 하는 난치성 질환입니다. 주로 문제가 시작되는 부위인 말초신경 및 척수 수준에서 그동안 많은 연구가 이뤄져 왔지만 신경병증성 통증의 진단법과 발병기전은 여전히 불분명하여 현재 완전한 치료법이 없는 실정입니다. 근래에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양전자 단층촬영(PET) 등 뇌 이미징 기술이 발달하면서 척수상위 수준 여러 부위에서의 이상 변화가 만성 신경병증성 통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전체 뇌 이미징 기술(whole brain imaging)은 개별 세포 및 시냅스를 관찰하기에는 해상도에 한계가 있고, 실험동물의 뇌 절편 등을 이용하는 기존의 동물실험 역시 만성 통증 전후의 동일 세포 및 시냅스의 직접적인 변화를 반영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2) 생체내 이광자 이미징: 위와 같은 기존 연구방법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저는 2008년부터 4년간 일본 국립생리학연구소의 Nabekura Junichi 교수 랩에서 "생체내 이광자 현미경 이미징"이라는 살아 있는 동물의 뇌 표면으로부터 약 1mm 깊이에 있는 미세한 개별 세포(약 10-20μm) 및 시냅스 구조(postsynaptic dendritic spine & presynaptic axonal bouton; 약 0.5-5μm)를 고해상도(약 400nm)로 장기간 추적·관찰할 수 있는 최신 현미경 이미징 기술을 확립하였습니다. 여기에 유전자 조작(형질전환 마우스 등) 및 약물화학적 방법으로 세포에 여러 색의 형광물질을 도입하면 살아 있는 동물의 뇌 안에서 일어나는 신경세포, 교세포(glia), 시냅스, 뇌 미세혈관·혈류의 구조적·기능적 변화를 짧게는 밀리초(millisecond) 단위로, 길게는 연(year) 단위로 반복 촬영이 가능합니다. 참고로 국내 수많은 연구기관에서 필수 장비로 갖추고 있는 공초점 현미경(confocal microscopy)이나 일반 형광현미경과 같은 기존의 단일광자 이미징법(one- or single-photon imaging)에 비해 이광자 현미경 이미징은 낮은 광독성(low phototoxicity or photobleaching), 불투명한 조직의 깊은 부위까지 이미징이 가능(deep imaging)하기 때문에 생체내 이미징에 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교세포-시냅스 상호작용: 교세포(glia)는 뇌의 신경세포 주변에 분포하고 있는 세포들인데, Astrocyte, Microglia, Oligodendrocyte 등 여러 타입이 있으며 신경세포보다 훨씬 많은 수의 교세포가 뇌 안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신경세포의 기능을 유지·보조하는 수동적인 역할로만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연구에 의하면 교세포가 뇌의 정보전달 및 처리, 시냅스 형성·제거 및 유지 등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특히 교세포에 의한 시냅스 구조·기능 조절이 현재 뇌신경과학계의 핫 이슈 중 하나인데요, 이번 논문에서는 생체내 이광자 현미경 기술을 이용하여 대뇌피질의 교세포 중 하나인 별세포(astrocyte)가 말초신경손상 후 mGluR5-IP3R2 신호전달경로를 통해 세포내 칼슘 신호가 항진되면서 새로운 시냅스를 만들도록 유도하는 물질인 Thrombospondin-1(TSP-1)을 분비하여 시냅스 연결을 재배선(rewiring)함으로써 신경병증성 통증의 만성화를 매개한다는 사실을 규명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논문의 의미를 정리하자면, 주로 말초 및 척수 수준에서 이루어졌던 말초성 신경병증성 통증 기전 연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대뇌피질의 교세포에 의한 시냅스 회로 이상변화가 만성 통증을 매개하는 세포·분자 기전을 규명한 점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는 향후 만성 통증에 대한 진단·예방 및 치료에 광범위하게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문제가 발생한 부위인 말초신경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부위인 대뇌피질에서, 발달과정 중에는 활발하게 기능하지만 성체 마우스의 별세포에서는 휴지 상태(resting state)로 있던 mGluR5-Calcium-TSP-1 신호전달경로가 말초신경손상 후 재활성화되면서 시냅스 회로 재배선을 야기한다는 사실을 밝힌 점이 핫 이슈인 교세포-시냅스 상호작용 연구분야에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는 의의가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일본 국립생리학연구소(National Institute for Physiological Sciences)는 Okazaki라는 나고야 옆의 작은 도시에 위치해 있습니다. 많은 과학자들이 연상하게 되는 Okazaki fragment와는 관련이 없구요, 도요토미 히데요시 이후 일본의 패권을 잡았던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고향으로 유명합니다. 주변에 다른 국립연구소들-예를 들어 분자과학연구소(Institute of Molecular Science), 국립기초생물학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Basic Biology)-이 있어서 융합연구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입니다. 국립생리학연구소는 심혈관계 연구 등 다양한 생리학 분야 랩이 운영되고 있지만 뇌신경생리학 위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영장류 및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가 꽤 알려져 있는 편이구요, 역사적으로는 전자현미경 연구의 세계적인 석학들이 많이 거쳐갔는데 그런 전통이 현재도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있던 Nabekura Junichi 교수 랩(Division of Homeostatic Development)은 전기생리학을 기반으로 12년 전에 시작해서 최근에는 이미징 위주 랩으로 변화하여 이광자 현미경만 6대 정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교세포-시냅스 상호작용 분야의 생체내 이광자 이미징 연구를 개척한 랩으로 유명합니다. 국내에서 교세포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Resting microglia directly monitor the functional state of synapses in vivo and determine the fate of ischemic terminals" (Wake et al., 2009, J Neurosci) 논문의 교신저자가 Nabekura 교수님이고, 제1저자인 Wake 박사는 현재 이 랩의 부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대학원생 시절(2005년), 우연히 생체내 이광자 이미징법으로 살아 있는 마우스의 뇌에서 Microglial processes의 움직임을 실시간 촬영하여 그 특성을 처음 보고한 논문(Nimmerjahn et al., 2005, Science)을 접하고 생체내 이광자 이미징과 교세포 연구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었습니다. 국내에서 이러한 연구를 하고 있는 데를 찾아봤지만 아쉽게도 없었습니다. 관심을 놓지 않고 있던 중에 이듬해 서울에서 열린 국제학회에서 Nabekura 교수님의 강연을 듣게 되었고 쉬는 시간에 질문을 하면서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결국 박사학위 취득 후(2008년) Nabekura 교수님 랩에서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고, 미국 및 유럽의 극히 소수의 랩에서만 가능했던 시냅스 구조의 장기간 생체내 이광자 이미징 프로젝트를 전담하여 수행하였습니다. 당시 일본은 메이져 현미경 회사(올림푸스, 니콘)의 존재로 인해 일본 전체적으로 이광자 현미경이 50대 정도 들어간 상황이었음에도, 시냅스의 장기간 생체내 이미징을 구현하는 랩은 없었기 때문에 인터넷 정보와 논문들을 꼼꼼하게 여러 번 읽어가며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저만의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도일한지 6개월 후쯤부터 안정되게 장기간(수개월) 시냅스 반복 이미징이 가능하게 되었고 대학원 시절 주요 연구주제였던 만성 통증 분야에 세계 최초로 이 기술을 적용하여 2011년 2개 저널(J Neurosci, Mol Pain)에 제1저자로 논문을 게재하였습니다.

2012년도에 모교인 경희대학교에 조교수로 임용되어 귀국한 후에는 이번 논문의 공저자이기도 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의 김상정 교수님과 공동연구를 통해 마취 없이 깨어 있는 마우스에서 실시간으로 뇌 안의 수십-수백 개 신경세포/교세포 활동을 기록함과 동시에 미세한 행동변화를 측정·분석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다양한 뇌의 생리학적 기능 및 병리학적 기전 연구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초보수준인 생체내 이광자 현미경 이미징 기술에 있어 세계최고수준의 원천기술을 확보함으로써 향후 국내 뇌신경과학 연구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는 기반기술로 활용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식상할 지 모르겠지만 기회가 있다면(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새로운 분야 또는 새로운 기술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이런 도전에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좌절하지 말고 연구노트에 실험조건과 실험재료, 실험진행상황 등을 꼼꼼히 기록해 두어야 합니다. 나중에 책상으로 돌아가서 예전 노트기록 및 관련 문헌/인터넷 자료 등과 비교해 보면 분명히 예전보다 나아진 점 및 이번에 실수한 점을 조금씩 깨닫게 됩니다. 또한 주변의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선배 혹은 전문가 멘토가 있으면 더 빠릅니다. 이러한 점은 유학을 가려고 할 때 고려해야 할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유학했던 일본 국립생리학연구소 Nabekura 교수 랩은 제가 가기 몇 년 전부터 살아 있는 마우스에서 생체내 이광자 이미징을 시작하였기 때문에 박사후연구원 및 대학원생 여러 명으로부터 직접적인 경험 및 노하우를 들을 수 있었고, 제가 장기간(수개월) 시냅스 이미징을 이 랩에서 처음 시도하면서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을 때마다 이들로부터 여러 조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광학(optics)과 생물물리학(biophysics)을 전공한 교수님이 옆의 랩에 계셔서 이광자 현미경의 물리화학적 원리 등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 찾아가서 물어보고 저만의 실험 디바이스를 고안할 때도 조언을 금방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실험 도중 문제가 생기면 바로 이메일 등으로 연락하여 해결방법에 대해 조언을 구합니다. 만약에 주변에 본인 실험에 대해 조언을 해줄 멘토가 없으면 적극적으로 국내외 전문가들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거의 모든 연구자들은 한 때 다른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아 실험에 성공하고 논문을 게재한 경험이 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해야 하기 때문에 누군가가 조언을 구하는 연락이 오면 성심성의껏 도와주려고 합니다. 그런 면에서 학회가 가장 좋은 기회입니다. 만일 시간이 없어서 전문가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면 학회 직후에 이메일을 보내세요. 대부분 반가움을 느끼고 답장을 해 줄 거에요.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 일본 공동연구팀과 이번 논문의 후속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운동기능 및 운동질환에 있어 교세포-신경세포/시냅스 상호작용에 대해 약 4년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왔고 1-2년 후 구체적인 논문 게재가 예상됩니다. 가까운 장래에 안식년의 기회가 주어질 것 같은데 2014년도 노벨화학상 주제이기도 한 "super-resolution microscopy"를 살아 있는 동물에 적용하는 연구에 도전해 볼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뇌신경과학자이면서 한의사이자 한의대 기초교실 교수이기 때문에 "한의학 이론의 과학적 증명"은 숙명과 같은 장기적인 연구과제로 생각하고 추진해 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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