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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간의 치매치료제 개발역사 ~~ 앞으로 얼마나 더 해야 할까요???

  • AD 최고관리자
  • 조회 2730
  • 2016.10.05 14:47

우리 실험실에서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실험하고 있는 슬픈(?) 프로젝트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시작은 199910월로 기억되네요. 저는 미국에서 8년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19999월 경희대학교에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말이 8년이지 미국에서 8년간 한의학은 잊어버리고 생명과학분야에만 묻혀 있다 보니 앞으로 한의과대학에서 어떤 연구를 해야 할 지 막막하기만 할 때이기도 합니다. 이때 한의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연구를 해보겠다며 생리학교실에서 실험준비를 하던 A(OO대교수)L(OO 한의원 원장)학생이 있었는데 이들이 준비하던 것이 바로 행동생리 실험 특히 인지능력 평가실험이었습니다. 본인들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실험이지만 그래도 비교적 잘 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왕 연구기기들도 새로 구입했으니 학생들과 함께 인지능력개선에 효과가 있는 약물들을 찾아보자고 이들과 같이 공부하는 자세로 연구에 임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한약 처방들 중에 기억력에 좋을 것 같은 것들 예를 들면, 총명탕, 귀비탕, 천왕보심단 등등 약 20여종의 처방을 선별하여 실험을 하였는데, 의외로 효과들이 엄청나게 좋게 나오는 것들이 있더군요.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거 다른 약재들도 연구해보자고 약 100여종 이상의 한약들을 모두 스크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처방 중에는 육미지황탕, 약재 중에는 구기자라는 약재가 월등히 효과가 있음을 확인하였고 육미지황탕에 구기자를 더한 소위 구기지황탕이라는 신규처방을 도출했습니다. 아마도 이 시기가 2001년경인 것 같습니다. 구기지황탕이라는 이름은 저희 생리학교실 장이시고 한국한의학연구원장을 역임하셨던 신민규 교수님께서 직접 지어주신 자랑스러운 이름 입니다~~


이 당시 저는 이제 치매신약개발은 몇 년 내에 실용화 될 거라는 안일한마음으로 쉽게 생각 했던 것이 아니었나 여겨지네요. 왜냐하면 그 후로 무려 15년 이상이 더 걸렸으니까요. 한약 처방이 신약으로 넘어가려면 얼마나 고된 시간이 기다리는지 그때는 정말 몰랐습니다. 알고 보면 그때까지 우리가 진행했던 실험은 유효성의 일부와 서론 일부에 불가하였고 그 후 기준 및 시험법, 가속안정성시험, 장기안정성시험, 단회투여독성, 26주 반복투여독성, 4주 비설치류 반복투여독성 등등 그나마 면제 받은 부분도 많지만 식약처 기준에 맞는 시험으로만 약 7년 비용으로는 15억이라는 엄청난 노력과 비용이 필요했습니다. 결국 2009년에 식약처로 부터 임상2상 시험 허가를 획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때는 정말로 이젠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그 후로도 7년이란 시간이 더 지나버렸습니다.


201610월 현재 우리의 구기지황탕은 임상2상을 마치고 임상3상 시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임상2상 이후 7년이란 시간이 소모된 것은 저희가 예상치 못한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해서입니다. 먼저 약물 코팅제 색을 잘못 선택하여 다른 색을 칠하다보니 다시 전에 만든 약과 같다는 동등성 시험을 해야 했고요 (1년 소요). 그 다음은 환자모집이 너무 힘들어서 많은 시간이 허비되었습니다. 4개 기관의 의사, 간호사, 한의사, CRO 관계자들과의 협조도 중요한 요소였고요. ~~ 생각만 해도 너무 힘드네요~~. 저는 앞으로도 약 3년은 더 소요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나겠지요.. 아마도 그럴 겁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겠지요. 제가 17년 전에 시작했던 치매프로젝트는 수 십 명의 석박사연구원, 4개 기관의 100여명의 의료진 10여명의 다국적 교수님들이 참여하였고 30여억원을 투여하고 앞으로 40여억원을 투여해야 하는 엄청난 과제로 커가고 있습니다. 책임감을 통감하고 한의학을 기반으로 한 세계최초의 치매치료제 개발이라는 명제를 완성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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