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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료의 맥

  • AD 최고관리자
  • 조회 3017
  • 2013.09.23 09:00
경희대 한의대 생리학교실 배현수(38)교수는 국내 한의사들에겐 드문 진기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한의사로서 미국 의대 박사학위 취득, 미국 생화학 및 분자생물학회(ASBMB) 정회원, 사이언스 등 국제적인 전문학술지에 논문 10여편 게재 등이 그것.

국내 석사과정을 마친 그는 왜 남들이 외면하는 기초의학을 택했을까."과학적으로 검증이 안된다는 이유로 우리의 한의학이 경시되는 풍조에 화가 났습니다. 한의사로서의 지위나 사회적 역할보다 학문적 인정을 받고 싶었던 거죠. "

하지만 선배도, 함께 의지가 될 동료도 없는 상황에서 유학의 길은 멀고도 외로웠다. 1992년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의대 생리학과 박사과정에 거뜬히 합격했지만 '검증'이 안됐다는 이유로 약속했던 장학금도 주지 않았다. 한 학기동안 지켜본 뒤 실력을 인정하겠다는 것.

그로부터 학위취득까지 5년 동안 그는 오전 2~3시 연구실과 도서관 퇴실, 오전 8시 출근이라는 혹독한 시련을 겪으며 서양의학에 자신을 던졌다.

입학 다음 학기에 수석을 하고, 장학금을 타자 한의학을 무시하던 교수와 학생들의 태도도 바뀌었다. 그는 러시아연구원과 함께 교수인 하이디햄 박사를 도와 분자생물학적 기법을 이용한 신호전달체계 연구체계를 갖추고 논문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한창 인간지놈 연구에 불이 붙던 시절이라 이들이 쏟아낸 논문들은 사이언스.JBM과 같은 분자생물학분야 전문지에 속속 게재되며 유명세를 탔다. 그는 미국 생활을 접고 99년 모교로 돌아왔다. 한의대생 때부터 꿈꿔온 첨단과학과 한의학의 접목을 위해서였다.

그가 현재 하고 있는 연구는 크게 세가지. 하나는 침의 효과 연구. 침의 면역증강효과와 반응을 분자생물학적 방법으로 검증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한약재에서 면역세포인 T셀을 활성화시키는 DNA구조를 밝혀내는 것. 그가 요즘 애착을 갖는 것은 중풍과 같은 질환의 유전자를 찾아내는 것.

"한의학은 예방의학입니다. 개인의 유전자 타입을 밝혀 질병가능성을 미리 진단하면 한방으로 이를 예방하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고종관 기자 <kojokw@joongang.co.kr> 중앙일보 200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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